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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모기 50억 양병설, 그들이 모기를 양산하는 이유

작성일 2024-06-25
 

 

항구마을 라 플라위타의 해변가  ©trip adviser

[모기를 피해 떠나는 사람들]

 

내리쬐는 태양과 눈 부신 바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콜롬비아의 작은 항구마을, ‘라 플라위타(La playita)’. 이곳은 남국의 열정과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이른바 지상 낙원이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서 약 45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또 다른 의미의 낙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산타크루즈(Santa cruz)’ 섬이다.

Santa cruz   ©CNN

이 섬은 고작 운동장 만한 면적에 무려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주 중이다. 수치로 따지면 1km10만 명의 사람이 사는 셈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 사람들을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모기가 단 한 마리도 없다는 것.

고작 그런 이유라고…?”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물론 모기가 성가신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기 하나 피하고자 이사를 떠나고, 그 좁은 섬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기준이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남미의 재앙, 뎅기열 바이러스의 공포]
 

남미 지역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 보고, ©WHO, PAHO


남미 지역에서 모기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명사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모기로부터 옮는 전염병인 뎅기열에 의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브라질에서는 2023년에만 무려 2,376,522건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사망자는 769명에 달한다.

뎅기열이 발생하는 세계 120개 국가를 모두 따진다면, 연간 발생하는 감염자 수는 39천만 명에 육박한다. 게다가 더 무서운 점은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20245월 기준 확진자 수는 이미 작년의 전체 확진자 수를 뛰어넘었다.

뎅기열에 걸린 환자, ©BBC

뎅기열의 주된 증상은 40℃를 웃도는 고열과 며칠에 걸친 전신의 통증 및 발진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1주일가량 아프고 나서 자연스레 회복된다면 다행이지만, 드물게 내출혈이나 쇼크와 같이 목숨을 위협하는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게다가 설상가상, 이 병은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얼마 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만 하더라도, 예방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대인 간 접촉을 차단하여 감염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 반면,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이런 병이, 모기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끔찍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런 국가적 규모의 위협에 위기감을 느낀 브라질 정부는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바로 뎅기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모기 공장을 짓기로 나선 것이다. 여기서 모기 공장은 놀랍게도 모기를 만들어 내는 공장이 맞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브라질 정부에서는 이 모기 공장을 통해 10년에 걸쳐 50억 마리의 모기를 양산 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모기를 막기 위해서 모기를 양산한다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전염병 학자(Epidemiologists)들은 전염병의 제어 방법에 대해 말할 때, 단어 선택에 아주 신중해진다. 전염병이라는 것이 실제로 굉장히 많은 요인의 역학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모든 관계성과 가능성들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기를 막기 위해서 모기를 활용하는, 이 기상천외한 기술에 대해서 많은 전염병  학자들은 아주 놀랍고, 획기적이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정말 확신을 가졌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모기는 모기로 무찔러라!]

 

以夷制夷(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함을 이르는 말.)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내 손을 쓰지 않고도 손쉽게 적을 격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이제이를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집단의 오랑캐가 같은 무리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모기로 모기를 잡는 이번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뎅기열 모기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과는 다른 모기를 풀어야 한다. 이번에 풀려난 모기는 울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이다.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를 다른 박테리아에 감염된 모기로 잡는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울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한 접시 ©WMP

정식 명칭 ‘Wolbachia pipientis bacteria’는 모든 곤충 종의 절반 이상을 감염시키는, 생물권에서 가장 흔한 박테리아 중 하나이다. 울바키아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숙주의 고환이나 난소와 같은 생식 기관을 감염시키며, 동시에 사이프로이드 불임(CI)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사이프로이드 불임이란, 울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울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수정란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고 대부분 사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울바키아에 감염된 정자가 정상인 난자를 파괴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세대를 거듭하다 보면 생태계에는 울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만이 남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울바키아의 두 번째 특성이 드러난다. 바로 숙주인 모기의 생식률과 수명, 체내 바이러스 증식률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기의 개체 수 자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개체 또한 뎅기열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섬을 구원한 울바키아 박테리아 ©WikiCommons


울바키아를 활용한 이이제이 방식은 실제로 여러 소규모 연구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효과가 드러난 것은 인도네시아의 족자카르타 섬에서 실시된 실험이었는데, 무려 뎅기열 발병률을 77% 이상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더욱 이번 대규모 프로젝트가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마치 우리가 코로나19의 종식 때 느꼈던 감정만큼, 남미 지역 사람들의 불안감은 정말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그들은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뎅기열 바이러스 진료를 받는 브라질 사람들 ©Washington post

  브라질과 같은 남미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뎅기열 모기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질병과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들이 받고 있을 고통은 분명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할 때, 과학은 매번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물론, 울바키아를 활용한 모기 퇴치법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둬야 할 점은, 모든 과학 기술의 새로운 시도 속에 실패란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모든 과학적 연구 과정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의 발전에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왔다.

우리에게는 과학의 진보가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며,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때문에 과학 기술은 인류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기만 하면 될 것이다. 결국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조금씩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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