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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엔지니어가 스스로 개발한 썰매로 세계 1위에 오른 스켈레톤

작성일 2018-02-14

 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서 썰매를 이용하던 터보건에서 유래했다. 썰매를 잡는 손잡이가 사람의 갈비뼈를 닮아 해골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1884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처음 경기가 열린 뒤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1928년 제2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3회 대회부터 다시 제외됐다. 그러다 2002년 제19회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켈레톤은 갈비뼈를 닮은 썰매를 타고 경사진 얼음트랙을 질주하는 경기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남자1인승과 여자1인승 2종목으로 구성된 스켈레톤도 중량 제한이 있다. 썰매 무게와 선수 중량을 합한 최대 중량이 남자는 115kg, 여자 92kg을 넘을 수 없으며, 썰매는 남자 43kg, 여자는 35kg을 초과할 수 없다. 최대 중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썰매 무게를 남자는 33kg, 여자는 29kg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최대 중량보다 적을 경우 썰매에 납을 부착해 중량을 높일 수 있다.


썰매는 길이가 80cm에서 120cm이고, 폭에는 제한이 없다. 스켈레톤은 남녀 각각 하루에 두 번씩 이틀 동안 총 네 번을 달리고, 이들 기록을 모두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같은 트랙을 사용한다. 평창 슬라이딩센터 트랙 길이는 1376.38m다. 평창 트랙의 출발점과 결승점의 높이 차이는 117m로 평균경사도는 9.48%, 각도로는 5.5도다. 아파트 1개 층 높이를 3m로 보면, 아파트 40층 높이에서 1234m 떨어진 1층으로 내려오는 셈이다. 한편 경사도는 %와 각도 2가지로 표현하는데, %는 높이를 수평거리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다. 높이와 수평거리가 같은 45도 경사도는 %로는 환산하면 100%다.


완만하지만 기록에는 치명적인 9번 곡선


평창올림픽 곡선 구간은 반지름이 20m 이상이다. 주행 시 곡선을 돌 때의 압력은 중력의 4~5배에 달하며, 최대 시속은 135km에 이른다. 곡선과 직선, 원형 오메가(Ω) 등 16개에 이르는 곡선 트랙을 가속하며 활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16개 곡선 구간 중 9번 곡선을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는다. 이곳은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으로 비교적 완만하다 보니 썰매 속도가 시속 100km 가까이 떨어진다. 여기서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속도를 높이면 벽에 부딪히기 쉽다. 그렇다고 무난하게 통과하기 위해서 속도를 줄이면 가속력이 떨어져 평균 속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평창올림픽에서 썰매 3종목, 즉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은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썰매 종목은 전 세계 경기장마다 트랙이 모두 달라 세계 신기록이 따로 없다. 단지 경기장별 기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해당 경기장에 익숙해지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경기장에서 훈련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익숙한 한국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스켈레톤 경기가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사진 출처: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날 뒤쪽에 파인 홈으로 방향으로 조절한다
스켈레톤 썰매는 선수가 엎드리는 안장인 본체 판은 유리섬유로 제작한다. 썰매 날은 강철로 제작하며, 지름이 1.65cm인 둥근 파이프 모양이다. 스켈레톤 썰매 날은 같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와는 차이가 있다. 계단 손잡이처럼 둥근 모양인데, 지름 1.6㎝의 원통형 파이프 모양이다.


하지만 스켈레톤 뒤쪽 날 바닥은 방향을 조종할 수 있도록 두 줄로 된 홈이 파여 있다. 이것을 ‘그루브’라고 하는데, 스켈레톤 썰매 방향 조절장치다. 이 홈이 얼음에 박히면서 좌우 방향 중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선수가 엎드린 상태에서 허벅지에 힘을 줘 썰매를 누르면 이 그루브가 얼음에 살짝 파고들면서 얼음과 마찰이 생기고, 이 마찰력에 의해 썰매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두 줄로 홈이 파인 ‘그루브’는 마찰력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데 쓰인다. 사진 출처: dongasnc


앞쪽 날은 둥글고 날카로운 부분이 없기 때문에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선수가 실수를 하더라도 앞쪽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낮아진다. 뒤쪽 절반은 두 줄로 홈이 파여 있지만 앞쪽 절반은 파이프 모양의 원통형이어서 얼음과 닿는 면적이 많아 마찰력이 많이 발생해 속도도 그만큼 느려진다. 모서리 날을 사용하는 루지보다 최고 속도에서 시속 10km 이상 느린 이유이기도 하다.


스켈레톤은 출발할 때 썰매를 밀며 출발한다. 이때의 출발 속도가 전체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쳐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직선으로 된 출발 트랙 30~40미터를 폭발적인 힘으로 출발하며 일정 속도에 이르면 머리를 앞으로 하고 다리를 뒤쪽으로 하며 몸을 썰매에 싣는다. 내리막길에 다다르면 시속 120~140km에 이른다.


출발 훈련장이 만들어진 뒤 국제 성적이 뛰어오른 한국 선수들


스켈레톤은 다른 경기와 달리 출발점 전에 가속을 하고, 출발점에서부터 기록을 시작한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기록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출발 신호를 받고 30초 이내에 출발점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기록이 시작되는 경기다. 출발점에 도달하기 전에 선수가 썰매에 올라타야 한다. 따라서 출발점에 도달할 때까지 얼마나 빠르게 가속을 하느냐가 승부의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 세계 1위인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윤 선수는 지난해 5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며, 8년 동안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라트비아의 두쿠루스를 앞섰다. 특히 출발 기술을 크게 향상시켜 최고의 출발 기록도 세웠다. 스켈레톤도 봅슬레이와 마찬가지로 알펜시아 출발 훈련장이 생기면서 국제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출발 훈련장은 눈이 없는 계절에도 선수들이 출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육상 트랙과 비슷하다. 두 개의 선로를 설치해 바퀴가 달린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를 선로에 끼워 썰매를 밀고 달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 얼음 트랙 경기장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출발 구간인 30~50m 정도는 평지로 만들고, 이후부터 내리막길을 만들었다. 또 트랙 후반부에는 오르막 경사를 만들어 썰매가 자동적으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도록 설계했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의 연습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 측정시스템을 갖춰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이 같은 곡선 구간에서 회전할 때 스켈레톤 썰매에 작용하는 구심가속도는 얼마일까? 스켈레톤 썰매 속도가 시속 140km일 때 구심가속력은 5G에 이른다. 이때 회전 반경은 30.9m다. 이 값은 다음과 같은 식에 따른다. 구심가속도 =  스켈레톤 썰매속도^2 / 회전 반경


특히 스켈레톤은 종목 특성상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조종이 어렵다. 그래서 출발 구간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며 달리며 가속력을 내고, 썰매에 몸을 실은 다음에는, 즉 주행 구간에서는 힘을 빼고 썰매에 몸을 맡기며 조종해야 한다. 스켈레톤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곡선을 주행할 때 보기에는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선수들이 매우 짧은 시간에 4~5번 정도의 방향 전환을 하며, 썰매가 벽과 부딪히지 않고 짧은 거리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도록 노력한다.


모의 썰매 트랙으로 주행 기술 향상에 나선 미국 대표팀


스켈레톤 주행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올림픽위원회에서는 연구소에 모의 썰매 트랙을 만들고, 시속 100km에 달하는 바람을 불며 선수들의 썰매 조종을 관찰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주행시스템은 선수들이 썰매에서 몸을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힘과 항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줘 선수들의 주행 기술 향상을 도왔다.


미국 샤롯빌버지니아대의 물리학자 루이스블룸필드는 선수들이 시속 97km에서 113km로 속도를 올리면 속도는 13%가 빨라지지만 공기 저항으로 발생하는 항력을 무려 36%나 늘어난다고고 설명했다. 속도를 높일수록 썰매 뒤로 소용돌이치는 공기주머니(에어포켓)가 발생해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때 선수들마다 자신에게 알맞은 주행 폼을 찾아 주행 기술을 향상시키면 공기저항과 항력을 줄일 수 있다. 각자에게 최적화된 주행 폼으로 공기 저항에 따른 운동량 감소를 최소화하며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엔지니어가 자신이 설계한 썰매로 세계 1위에 올라


단순한 썰매가 미끄러지는 스켈레톤에서 과학기술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1980년대 영국 스켈레톤 대표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다 1994년에 항공우주재료엔지니어 크리스탄 브롬리가 스켈레톤 썰매 개발에 참여했다. 모터크로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그는 썰매 디자인에 공학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영국 대표팀은 세계 최고 팀으로 바뀌었다. 브롬리가 개발한 새 썰매를 선수들이 거부하자 그는 직접 썰매를 타며 시험에 나섰다. 그런데 브롬리가 너무 잘 타서 선수로 선발됐다. 영국에서 우승한 브롬리는 곧 유럽과 세계 챔피언으로 등장했다. 브롬리의 등장으로 스켈레톤 선수들은 기존 썰매 대신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 썰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은 혁신적인 썰매 디자인, 공기저항을 줄이는 헬멧, 마찰력을 늘리는 스파이크로 가속력을 끌어올렸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스켈레톤 선수들은 팔을 옆으로 하고 앞으로 누워 활주한다. 별도의 조종 장치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썰매를 몸으로 움직이며 조종한다. 브롬리는 항력을 5% 줄일 수 있다면 수백분의 1초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빨리 달릴수록 항력도 더 커져 속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썰매 몸체와 썰매 날을 연결하는 부위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한다. 특히 썰매 날이 트랙을 달리면서 벽과 충돌하는 동안 썰매에 가해지는 충격을 견딜 수 있게 강철프레임을 넣어 강하게 만든다. 이 강철프레임은 충격을 받은 뒤 곧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기도 하다. 또 선수들이 몸을 싣는 썰매 본체의 안장은 썰매에 전해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재질로 만든다. 최근에는 주로 유리섬유를 이용한다. 썰매 모서리에 있는 범퍼 4개가 썰매와 선수를 벽과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


헬멧은 보통 공기 저항을 최소화라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매끈하게 만든다. 머리를 보호해야 매우 튼튼해야 하지만 충격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매우 가벼워야 한다. 또 얼음이 닿지 않도록 헬멧이 얼굴과 턱을 충분하게 가려야 한다. 고글(바이저)는 시력을 보호하고 트랙 조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신발에는 스파이크가 달려 있다. 작은 바늘처럼 생긴 뾰족한 돌기가 300개 이상 달려 출발할 때 시 선수들이 마찰력을 최대로 하며 썰매에 힘을 최대로 가할 수 있게 한다. 그만큼 가속력도 최대가 된다.



「본 자료는 출처 명기시 콘텐츠의 2차 가공 및 배포가 가능함」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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