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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얼음 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썰매, 루지

작성일 2018-02-14

루지는 스켈레톤과 반대로 얼굴을 하늘로 향해 누워서 타는 썰매형 속도 경기다. 사진 출처 wikimedia


 평창올림픽에 사용되는 루지 경기장은 봅슬레이와 스켈레톤과 같은 경기장으로 같은 트랙을 이용한다. 하지만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주행 길이가 1376.38m로 같은 반면 루지는 달라서 다른 썰매와 출발 지점이 다르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루지 선수들은 총 길이 1857m인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남자는 1344,08m, 여자는 1201.82m 트랙을 주행한다.


루지는 프랑스어로 ‘썰매’ 라는 뜻이다. 1964년 제9회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팀계주를 추가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썰매를 밀며 힘차게 달리며 타는 반면, 루지는 썰매에 앉은 상태에서 손으로 얼음을 밀며 출발한다. 또 스켈레톤은 엎드려 타기 때문에 머리가 앞으로 향하는 반면 루지는 얼굴을 하늘로 향해 누워서 타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이 앞으로 향한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남자1인승, 여자1인승, 남녀 구분 없는 2인승(더블), 팀이어 달리기 4종목을 진행한다. 개인 종목은 이틀 동안 4번을 달린 뒤 이 기록을 모두 더해 가장 빠른 순으로 순위를 정한다. 2인승은 하루에 2번 달려 주행 기록을 더한다. 팀이어 달리기는 여자1인승, 남자1인승, 2인승 순으로 트랙을 달린 뒤 한 번의 주행으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앞 주자가 결승선 터치 패드를 치면 다음 주자가 출발한다.


신발부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첨단 과학기술 적용


루지 썰매는 폭 55cm, 높이 1인승 최대 12cm, 2인승 최대 17cm, 중량은 1인승 25kg, 2인승 30kg을 넘지 않도록 규정한다. 안전을 위해 헬멧과 눈을 보호하는 고글(바이저) 착용이 필수다. 손으로 얼음을 밀며 출발하는 종목 특성에 따라 장갑에는 스파이크를 박아, 마찰력을 높여 힘을 최대로 줄 수 있도록 한다.


루지 선수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썰매나 장비를 자신의 몸에 맞춰 주문하거나 제작한다. 사진 출처: dongasnc


썰매는 본체(포드)와 날(러너)로 구분한다. 날은 앞쪽 양끝이 크게 휘어져 있는데, 이 부분을 쿠펜이라고 하며, 여기에 다리를 끼고 방향을 조절한다. 썰매는 과거에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유리섬유와 탄소섬유 소재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본체와 날을 잇는 부위와 바닥 날은 강철로 만든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몸에 최적화해서 주문제작한 썰매를 이용한다. 선수마다 키와 몸무게, 신체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썰매의 무게가 정해져 있어,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선수들은 납을 넣은 특수 조끼를 입어 전체 무게를 늘리기도 한다. 무거울수록 중력가속도를 더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지 선수의 신발은 썰매에 누웠을 때에 최적화한 모양으로 만들어 보통 신발과 큰 차이가 있다. 선수들이 썰매를 탈 때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발을 쭉 뻗어 발끝을 모은다. 이 신발을 신고 실제로 걸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발목 부분을 꺾어 신거나 지퍼를 아래까지 내려서 신는다. 또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리콘으로 신발 바닥을 만들어 미끄럽다. 반면 연습할 때는 당장의 기록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바닥이 울퉁불퉁해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는다.


루지도 속도 경기이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줄이며 움직임을 최소화해 속도를 최대로 높여야 좋을 기록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썰매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제작하고, 경기에 참가할 때 입는 옷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입는다.


출발보다 오랜 경험으로 쌓은 운전 능력이 승패 좌우해


선수들은 출발할 때 머리 속에 경기장 트랙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몸이 트랙을 기억하고 즉각 반응해야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며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은 가상현실(VR) 기술까지 훈련에 도입해 첫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가상현실이 실제 도움이 될까? 루지는 균형 감각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른 근활성 반응이 승부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전북대 헬스케어공학과 강승록 교수연구팀은 실시간 근육활성도 평가 기술을 이용해 시뮬레이터 시스템의 움직임, 영상정보와 인체 반응을 측정한 결과, 루지 시뮬레이터의 경사 각도가 13도 증가할 때 근육이 22~26%만큼 더 큰 근활성 반응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었다.
 
연구팀은 선수들이 가상이라는 것을 뇌로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시뮬레이터에서 인체에 작용하는 움직임과 영상 정보가 선수들의 감각 기관과 운동 기관에 직접적으로 작용해 실제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루지는 출발선에서 양옆에 나와 있는 손잡이를 잡고, 몸을 앞뒤로 미는 동작을 반복하다가 출발 신호와 함께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몸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은 앞으로 이동하는 출발 속도를 극대화한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빠른 출발이 승부의 60%를 좌우할 만큼 출발이 중요하다. 두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은 출발 훈련을 강화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와의 격차도 크게 줄였다. 하지만 루지는 출발보다는 달릴 때의 운전 능력이 승부를 좌우한다. 운전 능력을 발전시키려면 오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는데도 두 종목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속도 감소를 줄이려면 항력을 최소화해야

루지에서는 패들링을 위해 장갑에 스파이크가 부착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장갑에 뾰족한 바늘이 보인다. 사진 출처: wikimedia


평지로 이뤄진 출발 구간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서 손가락 부위에 뾰족한 스파이크가 부착된 장갑을 낀 손으로 얼음을 힘차게 밀어내며 추진력을 높인다. 스파이크로 마찰력을 최대화해 썰매에 최대의 힘을 주며 가속도를 높인다. 손으로 얼음을 밀고 나가는 것을 패들링이라고 하는데, 양손의 검지부터 약지까지 세 개 손가락만을 사용해 얼음 바닥을 강하게 뒤로 밀며 앞으로 나간다. 목표 속도에 이르면 썰매에 등을 대고 눕는다. 이후부터는 누워서 방향을 조절하며 썰매가 속도를 잃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조종한다.


이때부터는 루지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유일한 힘은 중력이다. 따라서 최고 속도에 이르게 하려면 이제부터는 속도를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즉 공기저항, 얼음과의 미끄러짐 마찰, 직선과 곡선 부분에서의 비효율적인 주행을 줄이는 것이다.


공기 저항은 루지 썰매가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발생하는 공기의 힘으로 생긴다. 보통 항력이라고 하는데, 항력(F) = 1/2×항력계수×공기밀도×A×(루지속도)^2 와 같이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항력계수는 보통 0.4에서 1이며, A는 루지속도에 대한 루지선수와 썰매의 수직 단면적 넓이다.
 
우선 항력, 즉 공기저항을 줄이려면 식에서 알 수 있듯 가능한 발을 앞으로 쭉 뻗고 몸을 썰매에 평평하게 누워야 한다. 그리고 머리는 트랙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돼 가능한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때 장비도 중요하다. 썰매가 공기역학적으로 설계 돼야 하며, 경기복과 신발, 헬멧도 항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 특히 얼굴 전면에 부착하는 플라스틱고글(바이저)는 아래쪽까지 확장해 항력을 발생시키는 공기주머니(에어포켓)을 없앤다.


루지 선수의 몸무게가 항력을 줄일 수 있다. 질량이 클수록 루지에 작용하는 중력이 강해지는데, 중력이 세지면 상대적으로 항력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즉 무거운 선수보다 가벼운 선수보다 속도가 빨라 항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


가장 빠른 얼음 썰매 종목, 루지


루지는 상대적으로 경사도가 급하고 공기와 닿는 면적이 작아 썰매 종목 중 가장 속도가 빠르다. 사진 출처: wikimedia
같은 트랙을 이용하는 썰매 3종목, 이들 중 가장 빠른 종목은 무엇일까? 공식 최고 속도를 확인하면 루지가 시속 154km로 1위다. 2009년 2월 독일의 펠릭스 로흐 선수가 휘슬러 경기장에서 세운 기록이다. 2인승 봅슬레이가 시속 153km, 스켈레톤이 시속 141km 순이다. 스켈레톤은 발로 썰매를 밀며 달리고, 루지는 앉아서 손으로 밀기 때문에 스켈레톤이 더 빠를 것 같다. 하지만 루지 속도가 스켈레톤보다 평균 시속 10km 정도 더 빠르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크게 세 가지 차이에서 비롯한다. 하나는 출발점이 다르다. 스켈레톤은 출발하는 지점의 경사도가 10도 정도로 루지가 출발하는 지점의 경사도 20도 정도보다 10도가량 완만하다. 경사가 다른 만큼 출발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달리는 최고 속도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타는 자세다. 스켈레톤은 머리와 어깨가 앞으로 향하고 있어서 공기와 닿는 면적이 발이 앞으로 향하는 루지보다 4.5배 이상 넓다. 그만큼 공기저항과 항력이 많이 발생해 속도가 느려진다.


마지막으로 썰매의 날이 속도 차이를 일으킨다. 스켈레톤 날은 둥근 모양으로 얼음과 접촉하는 면적이 많은 반면 루지는 네모 모양으로 모서리만 얼음과 맞닿아 접촉면이 상대적으로 적다. 얼음과 닿는 면적이 적을수록 마찰력이 줄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승부를 결정짓는 마의 구간, 9번 곡선


사실 썰매 3종목은 트랙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최고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계 기록 없이 해당 경기장에서의 최고 기록만을 공식화할 정도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록 비교가 의미 없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안전을 위해 회전반지름을 20m 이상 크게 설계해 최고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봅슬레이는 가장 빠르게 내려가지만 썰매 내부에 선수들이 있어 체감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사고가 나도 안전한 편이다. 반면 스켈레톤과 루지는 맨몸으로 썰매를 타기 때문에 체감 속도가 빠르고 사고가 나면 더 위험하다. 특히 날이 휘어져 있어 섬세한 조종이 필요한 루지 썰매는 가장 가벼워 전복 가능성이 제일 크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연습 도중에 조지아 대표팀 썰매가 트랙 밖으로 튕겨 나가 선수가 사망하기도 했다.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루지의 최고 속도는 시속 140km에 이른다. 루지는 두 썰매가 100분의 1초까지 기록해 순위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1000분의 1초까지 기록해 순위를 결정한다. 그만큼 속도 경쟁이 치열하고 빠르다는 얘기다. 루지 경기장은 레프트커브, 라이트커브, 헤어핀커브, S커브, 래버린드 등 16개의 곡선 구간으로 구성한다. 트랙은 U자형이며, 썰매가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좌우에 50cm가 넘는 벽을 세운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된 이탈방지턱도 설치했다.


평창올림픽이 진행되는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를 건설하는 동안 국제루지경기연맹에서 열 번 이상 경기장을 방문해 안정성을 검토할 정도로 안전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또 주요 경기가 주로 밤에 진행되는데,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세계 최초로 모든 트랙에 LED 라이트를 설치해 야간 경기의 특성을 살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구간은 9번과 15번 곡선 구간으로, 특히 9번은 ‘마의 구간’으로 부른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승패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자료는 출처 명기시 콘텐츠의 2차 가공 및 배포가 가능함」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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