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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첨단 과학기술을 집결한 얼음 위의 자동차, 봅슬레이

작성일 2018-02-14

원통형 썰매를 타고 트랙을 질주하는 봅슬레이는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역사 깊은 경기다. 사진 출처: wikimedia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서 기대하는 종목 중 하나가 봅슬레이다. 썰매 종목 사상 첫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남자 2인 경기에 참가하는 원윤종과 서영우 선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8위에 올랐다. 그런데 2015-16 월드컵 1차, 2차, 4차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더니, 5차에서는 금메달을 따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썰매 종목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봅슬레이는 루지, 스켈레톤과 함께 동계올림픽 3대 썰매 중 하나다. 이 중에서 봅슬레이는 유일하게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인 프랑스 샤모니올림픽 때부터 채택된 정식 종목이다. 루지는 1964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켈레톤은 1928년과 1948년 동계 올림픽에서만 정식 종목으로 운영되었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영구적으로 정식 종목이 되었다.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봅슬레이는 유럽과 북미 국가 출신의 독무대였다. 원윤종과 서영우 선수는 홈그라운드인 평창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다.


같은 트랙을 이용한 썰매 3총사


초기 봅슬레이 트랙은 직선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곡선 구간이 늘어났고, 현재와 같이 구불구불한 형태로 발전했다. 또 트랙을 만드는 데 사용한 나무도 유선형의 섬유유리와 금속으로 바뀌었다. 인공적으로 얼음을 얼려 얼음길을 만들어 트랙을 완성한다. 동계올림픽 썰매 3총사인 루지와 스켈레톤도 비슷하거나 같은 트랙을 이용한다. 평창올림픽에서는 같은 트랙인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이하 평창 슬라이딩 센터) 트랙을 이용한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봅스레이와 스켈레톤 트랙 길이가 1376.38m, 높이 차이는 116.32m다. 평균 경사도는 9.48%로 각도로 환산하면 5.5도다. 평균 시속 135km로 달릴 경우 출발해서 37초면 결승점을 통과한다.


보통 경기에서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발을 떼자마자 시간을 측정하는데, 봅슬레이는 그렇지 않다. 출발선에서 15m까지는 시간을 재지 않고, 15m를 지나 기록 측정을 시작하는 실질적인 출발점을 지나면 그때부터 기록을 시작한다. 출발 속도를 내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50m 중 실질적인 출발 구간은 35m인 셈이다.


한편 썰매 3종목은 모두 장비와 선수의 몸무게에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장비와 중량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봅슬레이에서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오픈4인승은 썰매 최대 길이 3.8m, 최대 너비 67cm, 선수와 장비를 합한 썰매 중량 최대 630kg이라는 제한 속에서 속도를 경쟁한다. 1932년에 정식종목이 된 남자2인승은 썰매 최대 길이 2.7m, 최대 너비 67cm, 선수와 장비를 합한 썰매 중량 최대 390kg, 2002년에 정식종목이 여자2인승은 남자2인승과 최대 중량만 350kg으로 다르고 나머지 조건은 동일하다.

 

봅슬레이는 원통형 썰매를 타고 얼음으로 둘러싸인 내리막길 트랙을 중력을 이용해 빠르게 미끄러지며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코스를 내려가는 속도가 시속 120~140km에 이른다. 봅슬레이 공인 최고 속도는 2009년 2월 라트비아 대표팀이 세운 시속 153km다. 봅슬레이 선수들은 속도를 최대로 높이기 위해 정밀한 움직임과 물리학 지식을 활용한다.


얼음 위의 포뮬러원, 봅슬레이

라트비아산 BTC 썰매를 결승선에 도착한 원윤종·서영우 선수. 사진 출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자동차 관련 기술을 집결한 슈퍼카가 포뮬러원에서 경쟁하듯 각종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썰매로 달리는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포뮬러원(F1)’이라고 부른다. 봅슬레이 썰매는 무게가 가볍고 표면이 균일해야 해서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다. 또 탑승자의 체형을 3차원 스캔 기술로 분석해 최적의 탑승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하고, 공기저항을 최소로 하기 위한 풍동 실험 등 첨단 자동차 제조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작은 썰매 1대 가격이 무려 1~2억 원에 달한다.


실제 BMW, 페라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봅슬레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BMW는 미국 대표팀, 페라리는 이탈리아 대표팀의 봅슬레이를 각각 제작한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부터 봅슬레이 개발에 나서 한국 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공기저항 분석 시뮬레이션과 풍동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썰매를 디자인했다. 또 썰매의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는 저중심 설계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봅슬레이가 곡선 표면인 것과 다르게 스텔스기처럼 표면을 직선으로 깎아 공기 저항을 줄였다.


위에서 보면 탄환처럼 보이도록 앞부분에 선수 헬멧만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남겼다. 앞좌석에서 공기가 파고들어가는 공간을 줄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것이다. 봅슬레이가 달릴 때 봅슬레이 주변에 공기주머니(에어포켓)를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항력이 커지며 속도를 떨어진다. 봅슬레이 개발팀은 이 항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리고 고성능 차에 사용하는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했다. 특히 얼음벽에 자주 충돌하는 부분에는 방탄복에 쓰이는 아마리드 섬유를 첨가해 강도를 높였다.


평창올림픽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원윤종·서영우 선수팀은 2016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제공한 한국형 봅슬레이와 라트비아산 BTC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두 선수는 고심 끝에 평창올림픽에서는 라트비아산 BTC 썰매를 사용하기로 선택했다. 원윤종·서영우 선수팀은 직선에 강한 현대자동차 봅슬레이보다 더 익숙하고 곡선 구간에서 실수가 적어 안정적으로 달리는 BTC를 선택한 것이다.


승패의 60%를 좌우할 정도로 출발이 중요


봅슬레이 종목은 오픈4인승, 남자2인승, 여자2인승 총 3개 종목을 진행한다. 2인승은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으로 이뤄지는데, 파일럿은 썰매 안쪽의 로프를 이용해 조종한다. 브레이크맨은 출발할 때 속도를 내는 역할과 결승선 통과 후 썰매를 멈추는 역할을 한다. 4인승은 2명의 푸쉬맨이 출발할 때 힘차게 썰매를 밀고 박차고 나가는 역할을 한다. 썰매를 미는 선수들은 얼음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힘을 최대로 낼 수 있도록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을 싣는다. 총 4번 달리고, 그 시간을 합산해서 순위를 결정한다.


썰매와 선수들의 몸무게도 속도에 영향을 준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중력가속도가 높아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썰매가 무거우면 출발할 때 속도를 내기 어려워, 선수들은 썰매를 최대한 가볍게 하고 자신들의 몸무게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제한된 중량 안에서 무게를 늘리기 위해 썰매 안에 무게추를 넣기도 한다.


봅슬레이는 썰매 날이 4개가 있는데, 앞의 2개를 좌우로 조종할 수 있다. 앞자리에 앉은 조종사가 봅슬레이 내부에 있는 두 개의 손잡이로 운전하며 방향을 잡는다. 봅슬레이 썰매 날은 스케이트 날과 달리 날카롭지 않고 계단 손잡이처럼 둥글둥글하다.


봅슬레이는 선수들이 협업해 최대한 출발 속도를 빠르게 하고, 썰매를 어떻게 조종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진 출처: dongasnc


봅슬레이는 출발과 썰매 조종 능력이 승부를 가른다. 선수들은 평지로 이뤄진 출발 구간 50m에서 썰매를 최대한 세게 밀며, 발로 힘차게 가속한다. 그리고 내리막길에 진입해 속도가 나면 차체에 올라탄다. 차체에 탄 다음부터는 더는 썰매에 힘을 가할 수 없다. 외부 힘으로 속도를 올릴 수 없고, 순전히 썰매 안에서의 조종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만큼 초반 가속력이 주행 속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6년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평균 출발 속도에서 1~6위를 기록한 팀이 최종 순위에서도 1~6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2012년 8월 평창 알펜시아에 출발 훈련을 할 수 있는 출발연습장이 준공된 다음부터다. 선수들의 연습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측정시스템을 갖춰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게다가 육상 코치의 지도와 체육과학연구원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자세 교정을 통해 출발 기록을 크게 단축시켰다.



「본 자료는 출처 명기시 콘텐츠의 2차 가공 및 배포가 가능함」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한국과학창의재단)

수업 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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