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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학, 광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카이스트 이겨레 박사

작성일 2021-11-03

NRF 기초연구 라이브

이겨레 박사와의 인터뷰

1.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과학기술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과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는 이겨레입니다. KAIST 물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받았고 동 대학에서 시각 및 의광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는 주로 빛을 활용한 응용 물리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수행하고 있는 세종과학펠로우십 연구주제는 엑스선 나노스케일 영상기술 개발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2.

수많은 물리학 분야 중 광학을 선택하셨는데, 매력이 무엇인가요?

광학의 매력은 아주 쓸모가 많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빛'이라고 하면 가시광을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가시광은 다양한 파장을 가지는 전자기파의 일정 파장 범위(400-700nm)일 뿐입니다. 실제 전자기파의 파장은 수소 원자보다 작을 수도 있으며 건물보다 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넓은 우주를 관찰하는 전파망원경부터 나노 세계를 파헤치는 엑스선 회절까지, 군사용 레이더부터 가정용 전자레인지까지, 양자 컴퓨터의 핵심 요소부터 형광등까지 모두 전자기파를 활용한 기술로써 '광학'이라는 큰 분야 위에 놓여 같은 원리를 공유합니다. 광학은 이렇듯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매력을 느껴 광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3.

현재 수행 중이 연구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빛의 위상(phase)을 측정하거나 제어하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빛의 위상은 빛이 가지고 있는 파동의 성질 중 하나로, 우리가 빛을 측정할 때 일반적으로 손실되는 정보입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조절해서 피사체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맺을지 결정할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카메라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은 초점 위치와 관련 없이 같기 때문입니다. 같은 빛을 가지고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카메라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은 모든 초점 위치에 해당하는 3차원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초점을 조절하는 행위는 그중 일부를 골라내는 것이라는 걸 미루어 알 수 있게 됩니다.

빛이 원래 지니고 있던 3차원 정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 대답은 빛의 '위상'입니다. 위상은 빛의 전파 방향과 거리 등의 중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과 같은 일반적인 측정 시에는 모두 소실되어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간섭계 등의 특수한 방식을 통해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기술들을 흔히 '홀로그래피'라고 부르며, 빛의 사진(진폭)과 위상 모두를 측정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저는 현재 엑스선에서 고해상도 위상 영상을 측정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엑스선에서는 가시광에서와 다르게 고해상도 영상을 전달해주는 대물렌즈의 제작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엑스선에서의 고해상도 영상 측정을 위해서는 산란기반 영상기법들이 많이 사용되는데, 산란 패턴에서 영상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추출 알고리즘 위에서 시료의 위상 영상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시료의 위상 영상을 측정할 수 있다면 엑스선에서의 고해상도 영상 구현이 매우 용이해지는 것입니다.

4.

엑스선 나노 고해상도 위상 영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기대효과가 궁급합니다.

불가능하던 측정을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기술이니만큼 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엑스선의 좋은 투과성에 더불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게 될 수 있으므로 반도체나 배터리 내부의 나노구조 관찰이 가능해집니다. 이를 통해 설계대로 제작이 되었는지, 어디가 문제인지 비침습적으로 빠르게 알아낼 수 있으며 이것은 해당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필수적인 관찰 기술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앞으로 엑스선 영상기법의 해상도가 더욱 개선된다면 단분자 레벨이 아니라 세포 전체의 나노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데 혁명적인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

고해상도 엑스선 현미경의 개발·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현재까지 고해상도 엑스선 영상을 위해서는 가속기에서 나오는 결맞은(coherent) 엑스선이 필요합니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을 때 쓰는 엑스선 광원은 엑스선 튜브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엑스선의 양이나 결맞음 정도 면에서 고해상도 영상 측정을 위해 필요한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고해상도 엑스선 현미경 기술이 개발되고 가속기에서는 상용기술로 활용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연구소에서 하나씩 갖출 수있는 형태의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청주에 새로이 들어서는 가속기를 포함하여 앞으로 가속기나 엑스선 광원 연구에 큰 진전이 있다면 고해상도 엑스선 현미경 역시 소형화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6.

연구자로서 기초연구지원사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궁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라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기회이자, 국가적으로는 국내에서 더욱 스펙트럼이 다양한 연구가 시도될 수 있도록 하여 국가적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늘리며, 동시에 다양한 연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배출해 국내 대학, 연구소, 대기업, 벤처에 창의성을 수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초연구자들이 여타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연구들과는 다르게 당장 눈앞에 연구의 효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사업이 기획되고 예산이 책정되는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요새는 연구를 통해 창출되는 지식과 부가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사회에 되돌려 주는 방법이 있을지 틈틈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

마침 그게 물리이고 광학이었습니다.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좋아하든

원 없이 할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출처] NRF 기초연구사업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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