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세상 만들기 (1부: 창의성이란?)

신경호 소장|KIST 기술정책연구소

 

[본 칼럼을 읽는 법]

① 본 칼럼은 모두 6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각 4’와 ‘조각 5’에는 각각 4개의 딸림조각이 있다. 혹시 당신이 각 조각의 첫 번째 문장을 읽고 아무런 저항 없이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조각은 더 이상 읽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 다음 조각으로 직진하라.

② 만약 모든 조각의 첫 번째 문장을 읽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런 칼럼 따위 일랑 읽기를 당장 그만 두어라. 그대신 당신을 감탄시키기 위하여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을 곳이나 사람을 찾아 훌훌 떠나라.

③ 하나의 조각을 다 읽었다면 읽기를 잠깐 멈추고 방금 읽은 조각에서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정리해 보자.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탄하여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질문하여 애써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조각 1. 창의성이란 ‘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힘’이다.

당신이 ‘창의성’이라는 주제로 학술논문을 쓰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위 17개의 글자로 창의성을 이해한다 하여 결코 모자람이 없다.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창의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에서 어려운 단어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창의성에 대한 정의’는 굳이 알려고 하지 말자.

아직도 ‘엉뚱한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창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하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간혹 있다. 남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창의성의 출발점인 것은 맞지만 결승점은 아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재능을 활용하여 과학기술이나 예술과 같은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를 만들어 냈을 때 비로소 창의성의 결승점에 이르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다시 강조하지만 남이 잘 하지 않는 새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이끌어내어 너나없이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힘이 바로 창의성이다. 곱셈을 아는 사람에게 다시 설명한다면, 가치는 재능과 창의성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겠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운다 하여 그 자체로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재능이 없으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 낼 수 없다. 아래 그림을 촬영하여 가슴 한 켠에 꼼꼼하게 갈무리해 놓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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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2. 창의성이 주는 선물, 어마어마하다.

인류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발명품은 무엇일까? 혹자는 바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칫솔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서슴지 않고 ‘한글’이라고 답하곤 하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새로운 문자체계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한글 창제의 동기가 일반 백성들로 하여금 좀 더 쉽게 배우고 익혀서 서로의 뜻을 소통하게 한다는 것이라면. 집현전이라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것 또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에 필요한 재능이라는 재료로서 최고의 두뇌 집단을 활용함으로써 한글 창제의 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한글이 사회적 가치를 가지게 되는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노력은 바로 기존 사대부들의 반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였던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50년간 고도의 압축성장을 해 온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한글’은 대단히 창의적인 발명품이라 할 수 있겠다. 즉, 한글은 배우고 익히기 쉬워서 한국이 전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가 된 덕분에 국가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컴퓨터와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에 있어서 한국이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에는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이라는 막강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한글이 우리에게 없었더라도 오천 년 이상 세계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설 수 있었을까?’라는 자문을 통하여 우리는 한글이라는 창의적 산물이 주는 선물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알 수 있을 터이다.

한글 외에도 하나의 국가나 사회 혹은 인류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창의적 산물의 예는 적지 않다. 농경기술, 목축기술, 문자,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인터넷 등 소위 일반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을 우선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이들 하나하나의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선물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개인의 창의성이 상당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경우도 제법 많다. 프랑스 디자이너 샤넬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우선 샤넬은 신사복의 소재를 활용하여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여성복을 디자인하여 코르셋과 같은 답답한 속옷이나 무겁고 화려한 옷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켰다. 그녀의 옷은 ‘현대 여성복의 시초’라는 평을 받았으며, 여성들이 쉽게 입을 수 있는 기성복을 추구하였던 샤넬의 여성복은 오늘날 최고의 명품이 되었다. 디자인 당시만 하여도 장례식에서나 입는 불길한 색으로 간주되었던 검정색을 자신의 옷에 채택하여 훗날 검은 색 옷을 거리낌없이 입게 만든 것도 샤넬이다. 패션에 실용성을 강조하였던 샤넬은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을 만들어 현대 여성이 보다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였다. 샤넬 No.5는 알데하이드라는 인공향을 첨가해보자는 충격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만든 향수이다. 꽃 향과 조화를 이루어 의외로 매혹적인 향을 가지고 있어서 발매 당시 가히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패션의 문화를 선도하면서 최고의 명품으로서 자리매김한 것은 샤넬의 창의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샤넬 못지않게 개인이 창의성을 기반으로 커다란 사회적 가치를 일구어낸 예가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다. 정주영 (전)현대그룹 회장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 겨울에 UN군 묘지를 파란 잔디로 단장 해달라는 미군의 주문에 대하여 정주영 회장은 잔디 대신 한 겨울에 새파랗게 자라는 보리를 옮겨 심었다. 중요한 것은 묘지를 파랗게 단장하는 것이지 반드시 잔디를 입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군은 매우 만족하였다. 난감해 보였던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정주영 회장은 미군의 대형사업을 싹쓸이하며 회사성장의 발판을 구축하였다. 한편, 80년대초 서산 간척지 최종 물막이 공사때 폐유조선을 침하시켜 빠른 물살을 막아내는 기막힌 발상을 실현했던 일은 미국의 뉴스위크지와 뉴욕타임즈에 ‘정주영 공법’이라고 소개될 만큼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 공법 덕분에 계획했던 공사기간 45개월을 단 9개월로 단축시킴으로써 총공사비를 무려 280억원이나 절감하였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그룹이라는 굴지의 기업군을 거느리게 된 배경에도 남다른 발상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창의성이 있었음을 기억하자.

어린 시절 소풍을 가면 보물찾기를 하곤 했다. 보물찾기를 시작하는 호각소리가 나면 모든 학생들은 예외 없이 근처의 풀섶을 뒤지거나 작은 바위를 들추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길 양 옆을 훑어 보았다. 의외로 찾기 쉬운 곳에 숨겨 놓은 보물이 많아서 다른 친구들보다 열 배 이상의 보물을 찾곤 하였다. 남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에 대한 선물은 아니었을까?

창의성은 여러분이 어떻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크고 작은 선물을 줄 것이다. 샤넬이나 정주영 회장처럼, 혹은 세종대왕처럼 큰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아예 선물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본 칼럼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창의성을 계발하여 보다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기를.

조각 3. 창의성, 내 안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창의성 덩어리이다. 창의성은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이 한 시대를 구가하며 뛰어난 업적을 남긴 위인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모든 사람은 창의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얼마나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계발하고 필요할 때 끄집어 내었는가에 따라 개개인이 보여주는 창의성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조각 1’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창의성은 사회적 가치라는 결과로서 측정할 수 있으며 사회적 가치는 창의성과 재능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의 창의성이 매우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본적인 창의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능 개발을 소홀히 한 경우가 제법 많다. ‘조각 4’를 참조하여 기본기를 다진다면 자신 안에 있던 창의성의 크기에 당신이 놀랄 것이다. 지식의 습득에만 열중한 나머지, 남다른 생각을 한다거나 혹은 남다른 생각을 했더라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조각 5’를 참조하여 꽁꽁 숨어 있던 당신의 창의성을 끄집어 내도록 하자. 자, 이제 2부와 3부에서 ‘조각 4’와 ‘조각 5’를 만나보도록 하자.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원 기술정책연구소 소장 프로필
KHShin_2014 신경호 소장 (KIST 기술정책연구소)
2014.01 ~ 현재 :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
2009.01 ~ 현재 : AUMS(Asian Union of Magnetics Society) 한국대표
2008.01 ~ 현재 : 한국공학한림원(국제협력위원회 위원)
2004.03 ~ 현재 : UST 교수
1993.03 ~ 현재 : KIST 소장/본부장(책임연구원)
1992.08 : University of Pennsylvania 박사
1989.05 ~ 1992.12 : Knogo Inc. 선임연구원
1983.02 : KAIST 석사
1981.03 ~ 1987.08 : LS전선([구]금성전선) 주임연구원
1981.02 : 서울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