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은 이루어질까

원종우 대표|과학과사람들

 

시간여행은 SF의 소재로 인기가 높고 최근 몇 년간 타임슬립이라는 명칭으로 드라마에도 많이 차용돼 왔다. 사실 시간여행은 단지 상상의 영역만이 아닌, 현대 물리학의 진지한 탐구 주제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 있고 논문도 수시로 발표되기 때문이다. 스티븐 호킹같이 저명한 과학자도 이 논쟁에 뛰어 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다.

시간여행에는 미래와 과거의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 미래로의 여행은 물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아무 모순이 없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데, 이 말은 그 사람 외부의 세상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로켓을 타고 아주 빠르게 이동하기만 하면 미래로 갈 수 있다. 속도가 아닌 중력의 영향 때문이긴 했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이런 현상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또, 전혀 다른 접근이긴 하지만 안전만 보장된다면 오랫동안 동면이나 냉동 상태에 있다가 깨어나는 방법으로도 미래로의 여행이 가능한데, 영화 <데몰리션 맨> 이나 <혹성탈출>에 이런 상황이 묘사돼 있다.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훨씬 복잡한데, 과학기술을 논하기에 앞서 일단 치명적인 논리적 모순들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 모순들을 시간여행의 4대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첫째로 ‘할아버지의 역설’이 있다. 만약 내가 백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내 아버지나 나는 태어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여전히 존재하고, 심지어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원인 제공자가 되기 때문에 명백한 모순이다.

할아버지든 아버지든 어머니든, 지금 나의 존재에 필수불가결한 과거의 어떤 요소를 스스로 제거해 버리는 경우는 모두 이 역설에 해당된다. 시간여행 이야기의 걸작이라고 할 1985년 개봉작 <백 투터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30년전의 과거로 돌아가는데, 고등학생인 엄마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것을 피하면서 아빠가 될 조지와 결혼하도록 상황을 이끌어 나간다. 만약 엄마가 자신 때문에 아빠와 결혼하지 않게 되면 바로 할아버지의 역설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기꾼의 역설이 있는데, 이것은 미래를 보고 돌아와서 그 미래를 바꾸려 들 때 생기는 모순이다. 역시 <백 투더 퓨처>의 2편에서 주인공 마티는 미래에서 나타난 브라운 박사의 손에 이끌려 30년후인 2015년으로 간다. 1편에 등장한 악역 비프가 과거를 바꿔서 맥플라이 가족의 미래가 엉망이 된 건데, 이를 본 마티는 또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 잡는 스토리다.

여기서 문제는 마티가 이미 미래를 직접 보고 왔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 그의 미래를 바꿔 버릴 수 있다면, 과연 그가 보고 온 미래는 무엇이며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세번째는 정보의 역설이다. 당신이 길을 가다가 맨홀에 빠졌는데 마침 그것이 시간과 공간을 점프하게 해 주는 웜홀과 연결돼 있었다고 가정하자. 정신을 차려보니 도달한 곳은 1970년대의 미국이었고, 그곳에서 당신은 유달리 똑똑하면서도 고집이 센, 키 큰 청년 한 사람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당신은 그에게 숨겨 갖고 다니던 아이폰을 건네 주며 이렇게 말하는 거다.

“스티브, 이걸 줄 테니 뜯어 보게. 자네가 언젠가 이런 걸 만들 날이 올 걸세.”

그리고 당신은 며칠 후 다시 맨홀에 빠져 현재의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되면 아이폰이라는 물건의 근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월이 지나 스티브 잡스가 결국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던 당신이 이미 완제품을 건네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걸 갖고 있었던 것은 21세기에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고 도는 원인과 결과의 모순이 생겨난다.

마지막은 성 역설. <백 투더 퓨처>에서 과거로 돌아간 마티가 결국 엄마의 유혹에 넘어가 잠자리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마티는 다시 미래로 떠나고, 엄마는 결국 조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만 그 아이가 실은 마티에 의해 임신되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자기가 자기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되는, 이상할 뿐 아니라 매우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만다.

이런 역설과 모순들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자가당착이며 불가능하다는 것이 회의론자들의 주장이고, 그들 중에는 스티븐 호킹같은 유명한 물리학자도 포함된다. 호킹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증명하기 위해 이상한 파티를 기획하기도 했다. 2009년 6월 28일에 ‘열린’ 이 파티는 사전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초대장을 만들어 파티날로 정해진 날짜가 지난 후에 공개했다. 만약 언젠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미래의 사람들이 이 초대장을 보고 호킹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파티에 참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과학적인 문제를 짚어 보자. 광속을 넘어서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상대성이론에 근거한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타우 방정식의 속도 V 가 광속 C 보다 큰 값을 갖게 하면, 이런 속도를 내는 물체는 질량과 길이, 시간의 흐름이 허수가 된다. 하지만 광속을 넘어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터에 이런 이론적 전재가 의미있는 것인지는 의아하고, 특히 사람이 탑승할 정도의 커다란 물체가 시간 뿐 아니라 질량과 길이가 허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웜홀이다.

웜홀은 입구는 블랙홀과 비슷하지만 내부를 통해 다른 시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지름길이다. 만약 이것을 활용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웜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존재한다 한들 그 엄청난 중력을 기계나 인간이 버텨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상상을 이론으로 만들어 주는 수학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가능한 해법을 내놓으려 한다. 일단 강력한 중력 문제는 특수한 형태의 회전하는 블랙홀 개념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블랙홀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커 Kerr 블랙홀이라고 하는데, 블랙홀의 성질을 만들어내는 초중력 지역(특이점)이 점이 아닌 링 모양이기 때문에 링을 따라 돌며 들어가면 원심력과 중력이 상쇄돼어 안전하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는 웜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웜홀로 어떻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걸까? 칼텍의 킵 손 교수가 제안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A와 B라는 두 개의 입출구를 가진 웜홀을 준비한다. 그리고 B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멀어졌다가 돌아오게 하는데, 이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던 B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즉 A와 나머지 세상에서 10년이 흘러 2024년이 되어도 B는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2015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을 이용해서 2024년에 A로 들어가 B로 나오면 2015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문제는 이 방법으로는 원리상 B를 멀리 보내기 시작한 때까지만 돌아올 수 있고 그 이전의 과거로는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막대한 경비를 들여 타임머신을 만드는 이유가 오래 전이 아닌 단지 ‘지금’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라는 의미는 무척 퇴색되고 말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소위 ‘우주끈’을 이용하는 것이다. 1970년대에 이론 물리학자 톰 키블이 제안한 이 끈은 원자보다 가늘지만 길이가 수백만 광년에 달하는 우주 공간상의 끈인데 빅뱅의 부산물로 여겨진다. 이런 끈 두개를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며 충돌시키면서 그 주변을 빠르게 이동하면 광속보다 빨라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거로 갈 수 있다고 키블 박사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해당 우주끈의 밀도가 1cm 당 10억 톤의 100만배에 달해야 하고, 그런 물체가 광속의 99.9999999996%의 속도로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웜홀의 경우보다 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이렇듯, 첨단 과학의 관점에서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난제 중의 난제다. 하지만 이론적인 가능성은 있는 만큼 충분히 오랜 세월이 지나면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결국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V 로켓의 1단 출력은 1억 6천만 마력에 달했다. 하지만 2,3 백년 전만 해도 말 1억 6천만 마리가 끌어당기는 힘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다는 생각은 발상조차 불가능했다. 그만한 수의 말을 구할 수도 없고 그 힘을 모아 사용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한계였지만 에너지원과 동력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을 통해 결국 극복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19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이자 절대온도 K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캘빈 경은 불과 수십년 후의 비행기 개발을 내다보지 못한 채 공기보다 무거운 것은 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그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매일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정말 풀기 어려운 쪽은 앞서 예로 든 논리적인 문제들일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그 명백한 역설들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과거로 여행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소위 나비효과를 피하면서, 즉 내가 떠나온 시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과거와 소통한 후 현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만약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런 역설들이 충돌한다면 시간여행은 우리의 삶과 관념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게 될까.

확실한 것은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세상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SF 속 같은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

 

원종우 (주)과학과 사람들 대표 프로필
사진 원종우 (주)과학과 사람들 대표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
2008년 SBS 창사 특집 환경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휴스턴 영화제 대상 수상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태양계 연대기>,<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저자